같은 주제를 다시 썼는데 결론까지 같다면 언제나 불필요한 글일까요. 먼저 무엇을 다시 확인했는지 봐야 합니다. 이전 자료로 계산을 다시 한 작업과 새 자료를 수집해 같은 결과가 나오는지 살핀 작업은 독자에게 다른 질문의 답을 줍니다. 다만 ‘재검증’이라는 제목만 붙여 기존 설명을 반복하면 어느 작업도 보여 주지 못합니다.
미국 국립과학·공학·의학한림원의 보고서는 원래의 자료와 코드로 일관된 계산 결과를 얻는 재현성과, 새 자료를 수집해 비슷한 연구의 결과와 일치하는지 살피는 반복 검증을 구별합니다. 분야마다 용어 사용이 다를 수 있으므로 원고에서는 단어만 쓰지 말고 어떤 자료를 다시 썼고 무엇을 새로 모았는지 설명하는 편이 정확합니다.
설명용 사례로 한 블로그가 공개한 설문 집계 방법을 생각해 보겠습니다. 두 번째 작성자가 같은 응답 파일과 같은 계산식을 받아 수치를 다시 산출했다면 기존 계산을 따라 확인한 작업입니다. 파일을 내려받은 날짜가 달라졌다고 새 설문이 된 것은 아닙니다. 이 작업의 글은 계산을 재현할 수 있었는지, 어떤 제외 규칙이나 처리 단계가 결과에 영향을 주었는지 답해야 합니다.
반면 같은 질문으로 새 응답을 모았다면 새 관찰에 따른 비교를 할 수 있습니다. 이때도 조사 대상, 모집 방식, 질문 문구나 집계 방법이 달라졌다면 결과가 비슷하다는 말만으로 같은 조건의 반복이라고 결론내리지 않습니다. 먼저 두 조사에서 무엇이 유지됐고 무엇이 달라졌는지 밝혀, 독자가 새 결과의 비교 범위를 알 수 있게 합니다. 이 사례의 설문과 수치는 실제 사업 성과를 제시한 것이 아닙니다.
별도 원고의 역할도 그 차이에 맞춰 정합니다. 계산 재현 글이라면 기존 결과를 만드는 과정의 확인이 중심이고, 새 자료의 검증 글이라면 다른 관찰에서도 결과가 이어졌는지가 중심입니다. 원래 안내를 문장만 바꿔 다시 싣거나 표의 색을 바꾼 것은 이 두 질문에 대한 답이 되지 않습니다. 실제 확인한 절차와 결과가 없으면 검증했다는 표현을 쓰지 않습니다.
결론이 일치해도 모든 조건에서 참이라는 보증으로 확대하지 않습니다. 반대로 결과가 다르다는 이유만으로 이전 글의 작성자가 잘못했다고 단정하지 않습니다. 자료의 범위, 계산 조건과 관찰 환경을 따져야 차이가 무엇을 뜻하는지 설명할 수 있습니다. 원자료를 공개할 수 없는 경우에는 공개 가능한 방법 설명과 확인 범위만 제시하고 민감한 개별 응답을 새 글의 증거로 옮기지 않습니다.
편집자는 새 원고에서 독자가 확인할 수 있는 산출물이 무엇인지 봅니다. 동일 자료의 계산 검토 기록인지, 새 자료와의 비교 결과인지 분명하고 그 질문을 실제로 해결한다면 후속 글의 역할을 평가할 수 있습니다. 본문에 검증 내용이 없고 같은 결론만 추가됐다면 기존 글의 갱신이 적절한지 다시 판단합니다. 용어와 구분의 근거는 Reproducibility and Replicability in Science의 요약입니다. https://www.nationalacademies.org/read/25303/chapter/3